▲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이 개원 2주년 워크숍을 열고 보장성 강화와 의료산업 선진화를 양립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은 건강보험제도와 의약분업 재평가를 통해 건강보험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제도를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개발이 최우선 목표였던 1970년대에 설계한 낡은 건강보험제도를 대대적으로 수술하지 않으면 앞으로 10년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은 6일 현대기술정보연수원에서 '건강복지정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개원 2주년 기념 워크숍을 열고 집권 중반기를 넘어선 MB정부의 보건복지정책을 점검했다.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은 "10년 전 건강보험 통합 당시 김용익 교수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부자조합들이 쌓아놓은 건강보험 재산을 활용하면 보험료 인상을 하지 않고도 보험혜택을 확대할 수 있고, 의료의 질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데 이어 의약분업까지 시행하면 의약품 사용량이 줄어들어 의료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정치권과 국민을 선동했다"며 "하지만 건강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제도를 강행한 결과, 재정파탄 사태가 벌어지고 보험혜택을 줄여야 했다"고 회고했다. 이 원장은 "환자들이 동네의원이나 지방병원을 외면한 채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몰려 진료비 상승을 부채질하고, 약값과 조제료가 계속해서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태를 계속 방치하면 건강보험제도는 10년 내에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원장은 "최근 들어 1만 1000원만 더 내면 건강보험 혜택을 전체진료비의 90%까지 받을 수 있다는 선동적인 포퓰리즘의 망령이 건강보험 통합 주도세력에 의해 되살아나고 있다"며 "건강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엉뚱한 곳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허비되는 구멍을 막아 붕괴 위기에 놓인 건강보험제도를 존속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한달선 전 한림대 총장·김종대 한국보건정보개발원 이사장·이규식 연세대 교수(보건과학대학 보건행정학과)·박양동 건강복지공동회의 상임대표·사공진 건강복지사회를 여는 모임 상임대표(한양대 경제학과)·조중근 한국지속가능기업연구회장·김양균 경희대 교수(의료경영학과)·김영찬 의정부의료원장·김원식 건국대 교수(경제학과)·김정덕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배준호 한신대 교수(국제사회학부)·송양민 가천의과대 보건복지대학원장·신의철 가톨릭의대 교수(예방의학)·임구일 의료와사회포럼 사무총장(경기 파주·연세미래이비인후과)·조재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지영건 CHA의과대 교수(예방의학)·최병목 극동대 교수(사회복지학) 등을 비롯해 국회 관계자와 보건의료 전문가 등이 참석, 보건의료정책 현안을 진단하고 연구원의 향후 전략적 활동방향을 논의했다.

한달선 전 한림대 총장은 축사를 통해 "10여년 전부터 보건의료분야에는 이념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정책 방향에 혼선을 주고, 효과적인 정책개발을 더디게 하고 있다"면서 "정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합리성과 타당성은 물론 국민적 합의를 담보해야 하는만큼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이 근거에 입각한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거대 담론을 형성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워크숍에서는 ▲저출산과 아동보육 지원(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의료산업 발전의 난관(정기택 경희대 교수·의료경영학과) ▲건강보험 글로벌 강국을 위한 리포트(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을 주제로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저출산·의료산업·건강보험 현안을 진단하고, 지속적인 성장과 선진화를 위한 정책 대안을 모색했다.

정기택 경희대 교수는 "MB정부 초기에 보건복지부는 투자개방형 병원을 한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었지만 광우병 사태가 터지면서 핵폭탄을 맞고 말았다"면서 "전재희 장관이 취임하면서 복지부 방침도 바뀌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의료산업화를 둘러싼 논란이 길어지자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과 의료비즈니스를 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하게 되고, 국내 기업들도 상처를 받았다"며 "포퓰리즘과 의료민영화 괴담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응이 없었고,  여당 국회의원들 조차도 의료산업에 관한 세미나 개최를 꺼려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정 교수는 신성장동력산업도 이렇다할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정 교수는 "지난해 미래기획위원회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대통령 보고회의를 통해 녹색기술·첨단융합산업·고부가 서비스산업 등 3대 분야별로 유헬스(IT융합시스템)·바이오제약·의료기기·글로벌 헬스케어 등 17개 신성장동력산업을 추진키로 했지만 의료민영화 괴담에 흔들리고, 여전히 높은 규제로 인해 현 정권에서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관광에 대해서도 정 교수는 "2년 동안 추진한 외국인 의료관광도 내부적으로 준비가 안돼 있다보니 대규모 유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의사와 환자는 속 마음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통해 신뢰가 쌓여야 함에도 의사소통이 어렵고, 외국인 환자를 위한 전용병원도 없을 뿐더러 의료분쟁에 대한 안전망도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한 지역에 병원·기업·시설을 집중하고 3조 이상 투자해 글로벌 마켓에서 선진국을 따라 잡자는 첨단의료복합단지도 기획안이 3번이나 바뀌면서 예산이 대폭 줄어든 상태에서 법안이 통과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정 교수는 "지자체별로 제각각 추진하는 클러스터와 연계하지 못하는 비효율성을 보이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은 "21세기에 적합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지 않으면 2020년 이후 건강보험의 존속가능성에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크숍 참석자들은 "일부 세력이 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의료민영화 괴담과 무상의료 등을 앞세워 국민을 호도하고 나왔을 때 공동 대응을 하지 못했다"면서 "의료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가장 신뢰해야 할 의사와 환자를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선동적인 흑백 논리는 배격해야 한다"며 "의사 사회가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종합토론에서 이규식 교수는 "2020년 이후 건강보험의 존속가능성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총액계약제를 비롯해 의료공급자와 합의를 할 수 없는 제도 개혁으로는 21세기에 대처하기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의료도 산업화의 대상이라는 전제하에 기본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한 보장성 제고도 제도의 지속성도 보장하기 어렵다"면서 "한국이 세계의 선두에 나서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에서의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은 앞으로 ▲저출산 ▲의료산업 ▲건강보험 ▲복지 ▲국민연금 등 5개 주제별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TF팀을 구성, 세부적인 연구와 논의를 한 뒤 1년에 2차례 워크숍을 열어 연구원 차원의 정책대안과 방향을 제시해 나가기로 했다.